친구 아내에게 뽀뽀하고 엉덩이 더듬었던 사건
/by 소산
귀국한지 만 하루도 안지나 친구넘이 어느새 알고서 전화를 해왔다.


기내식
나는 친구에게 '써글넘'이라 부르고 친구는 나에게 '미친넘'이라고 애칭을 붙인다.
써글넘과 만나 우정을 쌓은 이후,
처음으로 일식집에 초대되어 지 마누라 ,딸 아들과 함께 정겹게 인사하고...
식사가 끝나고 자식들은 집으로 보내고, 우리만 남게 되었다.
내가 먼저 " 써글 넘, 형편이 좀 나아졌나 보지..???" 하고 농을 걸었다.
그런데 써글넘은 오늘따라 점잖게 응수한다.
" 그래 좀 좋아 졌어 , 아파트도 장만하고.."
친구아내도 점잖게 " 어째 심통이 나세요? 호호호 " 하고 응수한다.
젊을때 써글넘은 교통비만 들고서 다녔다.
모든 것은 이쪽에서 대비해야 한다.
내가 지넘을 찾아가면 허름한 식당에서 해물탕 대접 받는게 그나마 제일 나은 것이다.
밤늦은 시각에 지 집으로 안내되어 술 한잔 더 하는데,
친구 아내는 침대 아래에 담뇨를 깔아 놓고 나가려고 했다.
"아니,거시기 엄마. 우리랑 함께 잡시다~"
그러자 친구 녀석이 맞받아쳤다.
"미친넘, 엉덩이 더듬고 싶어서 그러지?~"
친구 아내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그때가 좋으셨어요? 호호호"
친구아내의 웃음섞인 응대에 써글넘과 나도 웃어 제쳤다.
아침에 일어나자 써글 넘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바닥에 자고 있었다.
내가 발로 차버린 것 같다.
친구는 **법원 판사다. 평판사가 아니라 좀 높은 거 같다.
그넘과 나와는 30년 지기다.
써글넘하고는 각별나게 정도 들고 유별나게 의견을 많이 쏟아내 정반합일때가 많다.
지넘이 고시 공부할 때 울 어머니가 굴비젖갈,황시리(황새기)젖갈 등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이넘은 알을 밴 황시리 젖갈을 참 좋아한다.
그늘에 반쯤 말려서 젖 갈을 담으면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다.
지금은 내 어머니도 연로하셔서 지 마눌이 어느 정도 담근다고 한다.
친구 아내는 내 첫사랑이 소개해서 만난 사이다.
군대 있을 때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도록 무던히도 노력했던 친구 넘이다.
지가 면회를 못 오면 지 애인을 대신 보내고 했던 넘이다.
군에서 나갔을 때 조용히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거기엔 지 아내와 헤어진 내 첫사랑도 동석했었다.
모처럼 술만 들이 키고 있을 즈음,친구는 미안하다를 몇 번이고 외쳤다.
결국엔 떨리는 목소리로 " 나 고시에 합격했어... " 하고 울먹였다.
합격한지는 조금 되었는데 나에게 알릴 수 없었다는 게 요지였다.
한때 써글넘과 공부를 했었기 때문이다.
"써글넘아, 합격했으면 축하 받을 일이제. 모시 서러워 울고있냐?"
"미친넘아, 나만 합격해서 미안해 그런다. 니넘이 안타까워서..."
"이넘아, 나는 괜찮다. 내 뒤엔 민족이 있잖아. 모시 어째간디?"
그러자 친구 아내가 거들었다.
"재씨 걱정을 많이 했어요. 군에서 혹시 잘못 될까봐..."
"인명은 재천이에요. 하늘이 나에게 고통을 감내하라는 데 인내해야지요."
"미친넘아, 재야. 아이고 원통해서 어쩌냐..."
대학 새내기 때 80년 광주민주화 항쟁이 발발하고 시민들이 죄없이 죽어간 것을 전해 듣고,
학생들 중심으로 광주에서 발생한 참극의 사진, 영상 등을 몰래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아 올라오는 분노...
학생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몰래 모여 '광주의 진실'이란 전단지를 만들어
역과 터미널, 시내 등지에 뿌리고 다녔던 것인데, 군대에 끌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신세였다.
친구와 친구 아내는 이런 나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먹서먹한 첫사랑 그녀를 보내고
지넘과 나는 술에 죽나, 우정에 죽나, 하고 벌컥벌컥 들이 마셔댔다.
그런데 헤어진 내 첫사랑이 내게 오는 게 아닌가.
한적한 공원에서 첫사랑 그녀를 오랜 그리움으로 만나서인지
서로를 꼭 껴안고 입맞춤을 멋드러지게 하고 나서,
풀 밭에 누워 옛 이야길 주고 받으며 그녀의 엉덩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봉순이가 아니에욧!!!"
내 귓전에 큰 소리가 들렸다.
순간 잠이 깨고 덜컥 정신이 들었다.
창문엔 햇살이 비춰지고 있었고 ,옆에는 친구 아내가 일어나 있었다.
내가 친구 아내에게 뽀뽀하고 엉덩이를 더듬었나 보다.
한 술 더 뜬 친구 녀석이 거들었다.
" 미친넘 ,번지수를 잘못 찾았네..."
"모여?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었지..."
"아고, 자기가 가에로 밀려나니 재씨가 내 옆으로..."
"아니, 난 꿈을 꾸고 있었는데..."
"임마야, 그리도 헤어진 사람 몾 잊으면 다시 시작해라."
"써글넘아, 지금 몬소릴 하고 있는거여? 썩어 문드러질 넘아!"
내가 오히려 화를 내자, 두 사람은 찍소리도 못하고 잠잠해져 버렸다.
아침을 먹는데 친구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쳐먹고 있고,
나와 친구 아내는 젓, 숟가락만 요리조리 휘적거리고만 있었다.
그 후론 만날때마다 농을 지껄인다.
내가 "니가 니 마누라한테 밀었지? 하하"하고 말하면,
친구넘은 "인제 날 범인으로 몰고 있네. 허허"하고 대답하고,
친구아내는"나도 술이 취해서 재씨가 왜 내 옆으로 왔는지 몰랐어요. 히히히"하고
응대한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참 소중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